호박벌
안녕하세요. 질문자님의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당신 같은 사람이예요. 주변을 지나치게 신경써서 피곤해지고, 또 자신을 신경쓰느라 피곤해집니다. 스스로 의식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죠. 자기자신이 힘들어지다보니 주변 사람들을 같이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저는 우선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자꾸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잘못하고 있고, 그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시선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난 이미 멋진 사람인데 더 멋져지고 싶어서 행동해야 해요.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완전한 사람입니다. 나는 결핍이 있어서 무언가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갖고 태어난 것을 더 빛내기 위해 갈고 닦는 사람이예요. 개선이 아니라 보완을 합시다. 자기 자신은 그렇게 대해야 좋아요. 당신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지쳐서 잠시 잊어버린 것뿐이에요. 괜찮아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은 별로 좋지 않아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말이 있죠. 당신은 달리고 있습니까? 어쩌면 물을 마시고 건초를 뜯고 있는데도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지 몰라요. 채찍질은 딱 필요할 때만 하도록 합시다. 당신 관절과, 폐와, 근육이 달리고 싶다고 말할 때만요.
타인의 평가나 시선을 의식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그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둘째, 그 사람들이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착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로는 첫째지요. 대단한 건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 천지예요. 다들 자기 이름값을 하고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과연 저 사람들이 정말 '나보다' 훨씬 대단할까요? 어떤 점에서요?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말해봅시다. 더 일을 잘 할 수도 있겠죠. 돈을 더 잘 벌 수도 있고요. 경험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인망이 더 두터울 수도 있고, 사람과 더 잘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당신한테 영향을 줄 만할 사람일까요? 과연 그럴까요? 저 사람에게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운 모습들이 있습니다. 주말에는 씻기 귀찮아해서 냄새나는 차림으로 살 수도 있죠. 쿨한 척 하지만 속으로 삭이면서 악을 쓰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 누구하고도 마음을 나눌 수 없어서 스스로 멀어지고 있는 중일 수도 있고요. 점잖아 보이지만 집에서는 아이를 못살게 구는 보호자일 수도 있고, 박식한 척 설명했지만 실은 아무것도 몰라서 뒤늦게 지식인을 뒤질 수도 있고, 부모님께 지나치게 의존해서 늘 충돌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아주 얄팍한 겉모습만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파편적인 정보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심코 대단한 존재로 미화해버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당연한 일이에요.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조차 눈으로 읽을 수 없는걸요. 사람은 어떤 면에서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또다른 면에서는 모자라요. 남들을 지나치게 대단한 사람으로 대할 것 없어요.
저는 남들에게 평가받을 때, 불편한 상대를 대할 때면 그들이 발가벗고 있다고 상상합니다. 얼굴을 찌푸리고 내 실수를 나무라거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어딜 꼬투리 잡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우리의 상사거나 불편한 상대거나 아니면 나보다 대단해보여서 꺼림칙한 사람일 수 있겠습니다) 이 양말도 모자도 단 한 장의 팬티도 용납되지 않아 순 벌거숭이로 내 앞에 서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분명 아주 우습고 별 것도 아니게 느껴질 거예요. 저는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마다 이 방법을 씁니다. 아주 효과적이었어요. 상상력이 뛰어난 분이라면 아주 하찮은 생각을 해보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당신은 적어도 남들 앞에서 옷은 입고 있잖아요.
둘째의 경우, 조금 어렵습니다. 친구들이 대상이라면 조금 까다롭지만, 회사 사람들의 경우라면 조금 쉽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친구인가요? 만약 친구가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소중하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당신 가족도 아니고, 당신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죠. 당신을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고, 당신이 슬퍼할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의 말이 당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이상 귀담아 들을 필요 없습니다.
뭐 어쩌라고요. 당신과 그 사람들은 사실상 아무 사이 아닙니다. 회사를 나가면 더욱 아무 사이가 아니게 되겠죠. 좋아하는 사람도 때때로 당신에 대해 오해하고, 당신을 상처줍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당신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고,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겠죠.
저는 저한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의 평가가 신경쓰이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면 이렇게 마음먹습니다. 오늘은 이 곳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쓴맛 단맛 다 봤고, 난 이제 이곳을 뜬다. 마지막이라 온갖 짜증났던 일들도 다 조금씩 미화되는 와중에,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이 아무것도 모르는 회사 사람들한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사회적 친절로 대하자..라고요. 당신들은 여기 계속 남을 사람들, 난 이제 여기를 뜰 사람이라고 그들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겁니다. 그러면 일단 마음이 편해져요. 그리고 나서 기분나쁜 일이 있으면 무례하지 않은 정도로만 말하고, 왠만해서는 내가 참아준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베푸는 마음가짐을 가지세요. 마음씀씀이가 넓어지고 사소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외적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이건 정말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도 신경 안 쓰거든요. 아무도 당신이 얼마나 아름답게 치장하는지 감시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습니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신경쓸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꾸미지 않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깨끗하게 씻으세요. 깔끔한 옷을 입고요. 깔끔하게 행동합시다. 딱 거기까지면 됐어요. 만약 꾸미지 않은 모습이 너무 추하게 느껴지면 어떡하냐고요? 아유 괜찮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대체로 추한 편입니다. 아름다운 게 보통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은 아주 평범하다고요. 걱정 마세요.
그리고 특정 상황에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늘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1. 시간이 된다면 자기 힘으로 뭔가를 창작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자신을 괴롭히는 방식이라면 추천하지 않지만,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요리를 하든 자기 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좋은 기회입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반려동물을 작게 그릴 수도 있고, 귤이 맛있는 이유 10가지를 쓸 수도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푸딩 만들기에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겠죠. 그런 작은 경험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2. 청소를 하거나 산책을 합시다. 청소를 하면 생각이 점점 지워집니다. 마음이 가라앉고 몸은 지치고, 깨끗한 공간이라는 결과가 확실하게 남기 때문에 기분이 상쾌하죠. 산책을 하면 몸을 많이 움직여서 근육이 생기고, 햇볕을 쬐면 생기가 돌고, 잠을 잘 잘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생각이 점점 지워져서 마음이 편안해지죠. 생각없이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하면서 머릿속을 비웁시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거든요.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랑한 사람들과는 힘을 모을 수 있죠. 응원합니다. 더 당신다워지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