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걸러지는 것에 대해
현재 전혀 외롭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체가 걸러진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요
이걸 관계가 좁아진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소수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보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에 따라 의미없거나 허울뿐인 관계들은 정리를 하는 거닌깐요
그런데 한번씩, 뭔가 좀 아쉽다? 약간 공허한?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 감정? 이런 느낌은 여러번 고민해봐도 왜 그런 건지 이해도, 정의도 안되는데 혹시 이에 대해 말씀 주실 분이 있을까요?
(써 놓고 보니 너무 막연하고 애매모호한 질문인 것 같아 머쓱하네요)
A.
타코야끼
비단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마무리 될 때 느껴지는 보편적 감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스스로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가 한 편 끝날 때, 책을 한 권 다 읽었을 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한 해를 마무리 할 때 처럼··· 어떤 것이 끝날 때의 감정이 아닐까요. 다만 인간관계의 경우 예시로 들었던 영화나 책이나 여행, 혹은 어떤 시간의 단위처럼 딱 끊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감정이 농도 짙게 한 번에 몰려오지 않고 썰물과 밀물처럼 조금씩 밀려들고 쓸려나가니까요.
허망하고 허탈한 감정에 대해서 스스로 이상하다거나 불편하게 여기기보단 조금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 한 결 편안하실 것 같아 조언 남겨봐요.
앞으로도 질문자님의 삶에 좋은 인연이 많이, 그리고 오래 남기를 감히 빌어봅니다. 따뜻한 밤 되세요.
달뜬
저는 항상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사람들과 함께해야 내 삶이 아득 찬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얕은 인간관계냐 그것도 아니에요. 오래된 절친들이 더 많죠. 친구를 만나는데 게으른 사람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었고, 제가 선택한 관계이므로 친구와 손절하는 일 따위도 없었죠.
그런데 그런 저도 혼자 있게 되고, 뭔가 관계에서의 예전만큼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드라고요.
요즘은 일주일 내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일이 그렇게 답답하지도 않아요. 나가는 일이 오히려 너무 부담이 되요. 남편이 너무 집에만 있으니 저녁에 잠깐 산책을 가자하면 2~30분 다녀오고, 주말에 외식하자 그럼 나가는 정도죠.
앞으로도 계속 이럴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이런데 자식 있고, 일하는 내 친구들은 뭔 여지와 기운이 있을까 싶구요.
그냥 기존과 다른 나를 보며, 아 나란 애도 이럴 수 있구나 알게 되는거고, 그게 굳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게 아니라면 그러려니 하는거죠.
그런 관점에서 인간관계도 그렇고요. 기존 관계를 유지하고 나를 채우는데 부족하다 생각되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거나 그런 시점의 나를 지금은 이렇구나 받아 드리는거죠.
왜 그렇지?라고 생각해봐야 딱히 논리적인 이유가 있지도 않아요. 그냥 지금이 조금 그럴 때, 그런 시점이고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편한대로 해도 무리 없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생각해요.
마카
최근에 써내린 글귀가 있어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나는 관계의 적정 거리를 모른다. 많은 날들 동안 숙고해도 알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뿐이다.
애쓰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을 바꿀 수 없다. 변화는 각자가 스스로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이기에.
더이상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다. 오해와 부정적인 감정에 힘을 쏟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관계가 계절 같다는 말을 한다. 마음이 오고 가는 일, 불이 붙는 일이나 식어 버리는 일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마음이 올 때 최선을 다해 마중하고, 갈 때 너무 슬퍼 않으며 배웅하는 일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