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연인의 배반
💟

오랜 연인의 배반

Q. 어린 시절 이별의 아픔은 그냥 그러려니 해야만 하는건가요

2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한 달전 즈음 5년반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1년 가까이 다른 남자와 가깝게 교류를 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는 저보다 14살이 많습니다. 여자친구는 저와 동갑이구요
저희 둘 사이가 나쁘거나 제가 무언가를 크게 잘못한 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정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여자친구를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를 위한 합리화일 수도 있겠지만요
여자친구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할머니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살아계실 때 결혼도 하고 손주도 안겨드리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커리어나 직업에 대한 목표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성공도 하고 싶어했습니다 아마도 그런와중에 이 두가지를 실현시켜줄 것만 같은 선배(선배라고 하기엔 너무 삼촌뻘이라는 생각입니다만....)가 여자친구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어린 남자였습니다. 게다가 저희집 형편은 좋지도 않았고, 저의 꿈은 크지만 여자친구에게는 먼 얘기 같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이지 않나 싶긴합니다 저는 저와 만나면서 몰래 그 선배와 가깝게 교류하고 있는 것을 알았고, 이별을 하게 되었던 그 날, 여자친구가 계속 연락을 피하자 평소 저를 친아들처럼 아끼며 챙겨주고, 후원해주겠다 하고, 밥 먹을 때면 자주 불러 밥도 같이 먹자고 하던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분하고 억울하다듯이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너희가 애들 소꿉장난이라 생각했지,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조금씩 마음이 정리가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어린 시절 겪는 이별의 아픔은 그냥 다 이렇게 그려러니 하는건가 싶으면서 지난 5년반의 소중했던 시간들이 너무 허무해집니다.. 아직도 어리지만, 어린 마음이라 그런지 당연히 그 여자친구와 결혼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만나고 왔었던터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결혼하기 위해 그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던 제 모습이 초라하고 철 없고 한심해 보이기도 한답니다
질문이라기보다 이곳에서는 최근 저의 감정들을 털어놔 보고 싶었습니다

A.

Nahbi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만난 만큼 헤어짐의 무게도 남다를 것 같아요. 질문자님의 감정과 진심이 느껴집니다.
사랑이란 감정의 양이 사과를 반으로 쪼개듯 일정하게 나뉘지 않을 거에요. 질문자님이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 상대방이 질문자님께 느끼는 감정보다 훨씬 컸던 것 같아요. 질문자님이 더 큰 감정을 가진 만큼 상처 또한 부메랑이 되어 더 크게 받지 않으셨을까 염려해 봅니다.
더 큰 마음으로 상대방을 사랑했다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자님 모르게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난 상대방이 큰 잘못을 한 거지요. 아무리 그 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고 해도요.
저의 편협한 시각일지도 모르지만, 질문자님은 상대방에게 화낼 수도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별을 통보받고도 상대방에 입장을 생각하는 여린 분이지만, 상처 준 사람이 떠안아야 할 감정들까지 본인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은 질문자님께 너무나 가혹한 일 입니다. 상대방의 걱정은 잠시 내려두시고, 가능하시다면 그 분께 화도 내보고 하세요.
질문자님께서는 충분히 사랑받을 소중한 존재이니, 본인을 좀 더 아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채졍
제가 작성자분보다 한참 누나네요~ 저도 많지는 않지만 연애경험이 꽤 있죠. 저는 첫연애를 스무살 대학교때 시작했어요. 막연히 님처럼 좋아하면 헤어진다는 생각을 아예안하고 계속 잘지낼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한번두번 겪으면서 끝까지 사랑한다는거는 내마음만으로는 안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사랑은 같이 하는건데 내마음만 큰건가 싶기도하고 내가 순수한건가 싶기도하고.. 저는 지금 결혼했고 세번의 이별끝에 지금 남편과 결혼했답니다. 연애도 해보면서 는다고 정말 내짝이 누군지 안목이생긴달까요? 지금은 이런말이 안들릴수도 있어요.저도 첫사랑을 잊는데 일년이 넘게 걸렸었답니다.고작 삼개월 연애해놓구요... 꽤오랜 연애를 했던친구는 님처럼 오년정도 사겼었어요.결혼까지 하기로 약속했던 사람이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사랑하지않아서냐구요?아니요. 그럼 그오랜기간을 못만났겠죠..제가 안고가야 될것들이 보이더라구요..이를테면 습관적인 손찌검..같은것 만남이 튼튼해지고 올바르게 되려면 자신부터 사랑하세요. 님마음을 갉아먹게 두지마세요. 당신은 소중하고 한사람에게 온전히 사랑 듬뿍받을수 있는 분이에요. 지금은 잊어라해도 안잊혀지죠.시간이 약이다? 이말은 지나고서야 쓸수있는 말이죠.난지금너무힘든데..지난오년이 너무 아무것도아닌거같은데.. 예쁜꽃들이 커다란 나무가 마냥 좋은 환경에서 지냈을까요? 비바람도 맞고 태풍에 쓰러지기도 하고 ..그렇게 단단하게 크게 되는거라고 생각해요.적은 나이에 이런경험을 하셨으니 더멋진 남자가 되있을 훗날을 생각하세요. 누나로서 인생에 조금 선배로 한마디 끄적이고 갑니다.
lunarian
나쁜 이별을 하셨네요. 물론 세상에 좋은 이별이 있을 리 없지만, 상대방의 잘못으로 헤어지셨으니 글쓴님께서 이별 상황에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ㅠㅠ
저도 수년 전에 조금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상대방이 다른 사람과 저 몰래 교류하고 있는 걸 제가 알게 되어 헤어졌는데요. 저는 그때 자존감이 굉장히 무너졌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좋은 연애를 하고 있다 생각했고, 저 자신이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할 만큼 나쁘게 살았다고 여기지 않았거든요.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으면서 처음엔 저도 글쓴님처럼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충격에 휩싸여 지내다가, 상대방을 한번 이해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전 연인도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거든요. 그 친구에 대해 제가 아는 이런저런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다 보니,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더라구요. 사실 누가 들으면 정말 쓸데 없는 짓인데... 적어도 이별의 문제에서만큼은 상대방이 잘못한 게 확실한데 그 상대방을 굳이 저 스스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가 따져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근데 저는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이별 상황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털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정리해봐야 했고, 상대방을 '연인'이 아닌 '인간'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이해, 아니 '용서'해야 했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제 무너진 자존감도 다시 한 칸씩 쌓아올렸구요.
음..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저로서는 글쓴님의 지금 상황과 심리상태가 너무 이해가 가고, 잘 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진 않았음 좋겠어요. 자기 자신의 충격받은 마음과 깨진 이성, 이런 걸 복구할 수 있는 계기로서 지금의 시간을 활용하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별의 아픔 그거 지금은 되게 높은 산처럼 보일 테지만, 잘 정리하고 털고 일어나시길 기도할게요 :)
로몬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결혼을 한 미래를 생각하는건 너무 당연한거죠. 결혼 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결혼준비는 어려운건데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으면 준비가 안되는게 당연한겁니다, 한심한게아니라. 사실 5년 연애가 짧은 기간은 아니잖아요? 친한친구랑도 5년있다가 손절하면 속상한데 연애는 오죽할까요. 심지어 여자가 뒤통수치고 갔으니까 더 그렇죠. 저는 작성자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너무 당연한 감정이고 저라도 그 상황이면 작성자분처럼 생각했을거예요. 그 나쁜 전여친 빨리 잊으시고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랄게요. 전여친 망해라
 앱으로 편하게 둘러보기